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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라 협곡·투브칼·사하라사막·카사블랑카! 시간을 거슬러 모로코로 간다 | 세계테마기행

엔터로그/다큐멘터리

2024. 4. 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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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들과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 그리고 문명의 시간에서 벗어나 해와 달의 운행에 맞춰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러 모로코로 간다.

 

토드라 협곡에 뿌리내린 베르베르인이 사는 법! 해발 4,176m 아틀라스 최고봉 투브칼에 오르다! 불모지(Sahara)에서 살아가는 태양의 후예를 찾아서, 사하라! 천년의 세월이 다르게 쌓인 두 도시, 라바트·타나그말트! 다양한 시간이 공존하는 모로코로 시간을 거슬러 떠난다! 

 

세계테마기행

제1부. 베르베르인이 사는 법, 토드라 협곡 

모로코 중부에 위치하며 역사와 문화, 예술이 집약돼 있어 ‘모로코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시, 마라케시(Marrakesh). 11세기에 지어진 천년 도시의 역사를 품은 카스바(Kasbah)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왕이 사는 성이자 요새였던 이곳은 현재 일부 주거 지역으로 사용되고 있다.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한 무리의 사람들. 무엇을 기다리나 봤더니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깨는 저녁식사 이프타르(Iftar)에 먹는 대표 음식, 셰바키아(Shebakia)다. 달콤한 디저트를 상인들과 나누며 골목을 빠져나온다.

 

한때 마라케시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마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제마엘프나광장(Jemaa el Fnaa). 해 질 녘 황혼에 물든 광장을 눈에 담는다. 어둠이 내린 광장은 각종 과일부터 전통 음식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트럭과 포장마차로 불야성을 이룬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춤과 노래는 마치 축제의 현장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제마엘프나광장의 흥취를 마음껏 즐긴 후, 토드라 협곡(Todra Gorge)으로 향한다. 2억 년 전 지각운동에 의해 융기한 땅을 강물이 깎아 만든 토드라 협곡은 모로코에서도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 대자연의 위용을 온몸으로 느끼며 높이 300m가 넘는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걸어본다.

 

3년째 비가 내리지 않아 수위가 낮아진 토드라강에서 한 무리의 염소 떼와 사람들을 만난다. 인근에 사는 북아프리카 원주민, 베르베르인(Berber People)과 가축들이다. 풀 한 포기 찾기도 쉽지 않은 척박한 땅에 어떻게 사람이 살아가는 것일까? 길을 더듬으며 산을 올라 해발 1,920m가 넘는 곳에 자리한 베르베르인의 동굴 집에 도착한다. 18년 전 손수 여덟 개의 동굴을 파 집을 마련했다는 아흐마드 씨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달콤한 차를 나눈다. 다음 날 아침, 염소를 먹이러 떠나는 아흐마드 씨의 막내아들 유숩과 가파른 산길을 걸으며 18살 베르베르 청년의 꿈에 대해 들어본다.

 

제2부. 아틀라스 최고봉 투브칼에 오르다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특히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엘자디다(El Jadida)는 16세기 포르투갈의 식민 요새 도시로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뒤섞인 모습을 볼 수 있어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인도로 가던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아프리카에 도착해 만든 초기 정착지 중 하나인 마자간 요새(Fortification of Mazagan)에 올라 지난했던 과거를 떠올려 본다. ‘새롭다’는 뜻을 담고 있는 ‘엘자디다’의 이름처럼 주민들은 요새를 공동 화덕으로 변화시켰다. 하루 500~600개의 빵을 굽는다는 화덕에선 어떤 삶의 이야기들이 피어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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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를 빠져나와 모로코 중부에 우뚝 솟은 아틀라스 산맥(Atlas Mts.)이 품은 작은 산골 마을 임릴(Imlil)을 찾는다. 이곳에서 해발 4,176m의 투브칼산(Tubkal Mt.) 트레킹을 시작한다. 평소 철인 3종 경기를 즐길 정도로 건장한 체력을 자랑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고소병에 한 걸음 떼기도 어려워진다. 과연 아틀라스산맥의 최고봉, 투브칼산의 정상에 설 수 있을까?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해발 2,314m에 자리해 현지인들이 ‘하늘 아래 첫 마을’이라고 부른다는 타시그딜트(Tacheddirt)로 향한다. 아틀라스산맥 깊숙한 곳에 있어 찾아가는 길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도로 위를 별안간 염소 떼가 점령한다. 발이 묶인 제작진의 눈에 들어온 염소 주인, 무함마드 씨. 내친김에 그를 따라 염소 떼를 좇으며 평생 목축을 하며 살아온 그의 인생철학을 들어본다.

 

제3부. 태양의 후예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하라사막(Sahara Desert)을 향해 떠난다. 아틀라스산맥과 사하라사막 사이에 자리한 은콥(N’kob)은 요일마다 다른 시장이 열리는 마을로 유명하다. 특히 토요일 시장은 주변 오아시스에서 나는 다양한 작물들이 유통돼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고 한다. 아몬드, 대추야자 등 익숙한 먹거리들 사이에 낯선 자루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콥의 특산물인 헤나(Henna) 가루다. 은콥에서 생산되는 헤나의 양은 매년 2천 톤에 달하는데, 품질이 좋아 모로코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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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마을을 떠나 찾은 곳은 아이트벤하두(Ait Ben Haddou). 11세기 지어진 요새 도시로 건물이 모두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이름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천년의 세월을 견딘 마을을 거닐며 그 시간을 헤아려 본다. 다시 사막을 향해 달려가는 길, 이번에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탐그루트(Tamegroute)에 걸음을 멈춘다. ‘녹색 도자기 마을’로 불리는 이곳의 중심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 일곱 개의 가마가 있다. 인근 드라(Draa)강에서 퍼 올린 점토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도자기들은 크기와 모양이 가지각색이지만, 색은 모두 사막 가운데 자리한 오아시스를 닮은 푸른빛이다.

 

사하라사막 직전에 있는 마지막 마을 므하미드(M’Hamid)에 들러 사막으로 떠날 채비를 한 후, 약 50km를 달려 광활한 황금빛 모래 바다 에르그샤가가(Erg Chigaga)에 다다른다. 모로코에서 닿을 수 있는 두 개의 사하라사막 포인트 중 하나인 에르그샤가가는 높이 약 300m에 이르는 거대한 모래 언덕을 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람이 예리하게 조각한 모래 언덕의 능선에 올라 ‘해가 지는 나라(Maghreb)’ 모로코의 장엄한 해넘이를 마주한다.

 

제4부. 천년 도시를 거닐다 

‘하얀 집’이라는 뜻을 가진 모로코 제1의 도시, 카사블랑카(Casablanca). 이 도시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것은 하산2세모스크(Hassan II Mosque)다. ‘신의 왕좌가 물 위에 지어졌다’는 코란의 구절에 따라 건설되었는데, 실제로 멀리서 보면 사원이 바다 위에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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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마주한 모스크를 감상하고 본격적인 여정에 오른다. 약 110m 높이에서 계단식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우즈드폭포(Ouzoud Falls). 배를 타고 폭포수 가까이 다가가 시원한 절경을 감상한다. 폭포 인근에 위치한 타나그말트(Tanagmalt)는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골 마을이지만, 역사가 천년이 넘은 곳이다. 주민과 함께 마을을 둘러보며 그 위에 쌓인 삶의 시간을 가늠해본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 석·박사를 취득하며 6년간 머문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역사적인 건축물이 가득한 천년 고도다. 하산타워(Hassan Tower)는 미완의 미너렛(Minaret)임에도 라바트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탑’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각과 장식이 정교하고 수려하다. 12세기에 건설된 카스바우다야(Kasbah of Oudayas)에서도 섬세한 건축 기술은 빛을 발한다. 만들어진 지 천년이 지났지만 보존 상태가 좋아 현재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 걸음은 카스바를 나와 메디나(Medina) 골목에 접어든다. 그런데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흥정을 하는 손님들로 늘 북적이던 메디나가 어쩐지 한산하다. 라마단(Ramadan)을 맞아 상인들이 모두 일찍 가게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라마단을 맞은 모로코인의 일상을 만나기 위해 라바트의 위성도시, 살레(Salé)로 향한다. 금식 기간에도 활기 넘치는 시골 시장을 둘러보고, 골목 안 작은 모스크에서 라마단의 의미를 생각해본다.